예전부터 느끼던 건데, 결혼이란 다소 신성하고 엄숙하게 치뤄져야 마땅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
간 수많은 결혼식에 가보았다. 개 중엔 무척 진지하고 엄숙하게 치뤄져 가벼운 마음으로 간 나를 옷
매무새 다시금 고쳐보게 하고 진정한 마음이 들게 했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회나 성당에서 치
뤄진 결혼식이었던 같다.) 어떤 결혼식은 정말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던 것도 있다.
한번은 후배의 결혼식을 갔었는데, 그녀의 친구들이 여러방면에 엑스트라오디너리한 친구들이 많아
그 날따라 식전부터 요상스런 옷차림에 희한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온 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
의 특징 중 하나는 또 시끄럽다는 것이다. 기뻐 환호하고 축하의 메시지를 고함치듯 보내는 것까지는
오케이. 그러나 제멋대로 떠들고 나대는 것은 정말이지 식장분위기를 흐리게 한다. 결혼식을 치뤄내
는 당사자조차도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만 이들의 경우는 당사자들이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더 어안이 벙벙했던 적이 있다. 이 들의 결혼식 중 축가를 랩으로 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치 장난인양 마이크를 돌려 신부와 신랑에까지 가져간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심했다고 생
각한다. 비단 이 결혼식 뿐 아니라 요새의 많은 결혼식들은 점점 가벼워 지는 것이 대세였던가. 그런
결혼식들을 너무 많이 봤다.
오늘은 뉴욕에서 동고동락했던 민호의 결혼식이었다. 민호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당연히
후배 선배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평소에 민호는 조용하고 low-key 인데
다 자신을 항상 낮추는 성격때문에 전혀 음악을 하거나 예술을 하는 사람처럼 안보였는데, 오늘 온 동
창들을 보니 역시나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민호는 결혼식을 굉장히 기다렸고 많은 준비
를 했다. 여자친구의 집이 미국이라 신부의 식구들이 모두 미국에서 날라온 것도 그렇지만, 여러해동
안 참아준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결혼식으로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역시 식
은 이뻤다. 식장은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러웠고 편안하면서도 우아했다. 민호는 더욱 더 잘생겨 보였
고, 신부도 눈부셨다. 하지만, 오늘의 하객중 선배로 보이는 듯한 몇사람때문 에 소중한 결혼식 빛이
바랬다. 머리에 두건을 쓴 차림새부터 선그라스를 낀 채 들어오더니 급기야는 식이 시작하기 전에 이
리저리 돌아다니며 큰소리로 이사람 저사람 부르고 오늘의 주례선생님께도 저 뒤에서 부터 떠나갈
듯이 '선새앵니이~~~임!!!!' 하면서 달려왔다. 지나갈 때마다 담배냄새까지는 봐줄만 하다지만, 말구
두에 빨간 두건은 좀 뭐하지 않은가? 후배의 결혼식에, 신성하고 예의를 요하는 결혼식에 그런식으로
분위기를 망치고 싶었던가? 그걸 몰랐던 게다. 철이 없어 그랬겠거니 하고 돌아서는 찰라 우연히 대
화중에 그의 나이를 들었다.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나와 차이도 없는 나이에 아직도 그렇게 다
니는 것이 뭐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인가? 자신의 모습에 당당할 순 있지만, TPO와 함께 행동거지 하나
를 생각하는 것은 남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그는 그 나이먹도록 혼자 살아왔단 말인가? 결혼식
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꼭 이것만은! 은 오늘 더 확실해 진다. 반드시 양복에 넥타이를 하고갈 것.
최대한의 예의를 차리고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로서. 그리로 최대한 엄숙하고 조용하고 에의바
르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에서 진심의 축하를 보내도록 노력해 줄 것.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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